기뻤다. 하지만 재석의 얼굴은 내내 밝지 못했다. 그의 표정은 오히려 더 굳어졌다.모든 것을 내주는 일이 생각처럼 대단한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귀국한 그날, 결국 세준은 서희에게 가지 못했다.로 찾았다.아내가 이루지 못한 꿈은 무엇일까.않는 외과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그러나 목이 메어 말이되지 못했다. 그는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가발을 받아들안 사랑해 본적이 있나요?. 기쁠때도 있었죠.어느 땐 죽고 싶을 만큼 우리의 현실이 암담할 때다.종이학도그가 뚝딱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빈 그릇을 내밀었다.재석이 병리과에서 넘겼던그녀의 채혈과 엑스레이까지 하나하나 챙겼다. 그는자신의 손으로“동경 세미나에 자네가 가겠다고?”그녀는 옷장을 열어 몸을 감추듯 한발 내디뎠다. 그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하루 종일 망설인“내가 서희씨한테 말해볼까?”.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며칠전 마라도의 방목사가 다녀간 점이었다.@p 94“왜요?”아내의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진 계속할 생각이네. 아내가이 여행을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자그녀가 서투른 영어로 이유를 묻자 번즈 여사가 또박또박 답했다.그녀가 활짝 웃으며 건반 위에 손을 얹었다. 첫박자는 강하게, 곧 부드럽게 그녀의 손끝에서 선“보호자께서 바쁘신가보죠? 저한테 연락처를 주시겠어요?”@p 103@p 267같은걸.”@p 265아내의 죽음을 떠올려야 하는 사실은 각오처럼 간단하지 않았다.처음부터각오한다고 될 일이 아만 아무도 이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그럼에도 마음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아이들의 운명이 그랬고, 어렵고 힘들게 떠난 여행의 시“좀더 큰소리로 말해.”“밥 먹여서 재웠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바람을 쐬고 싶으면 말해. 우리 내일 동해 바다 보러 갈까?”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동도 없이, 가지런한 자세로 잠이 든 그대로였다.@p 65@p 1012그들은 집 근처에 있는 서울대공원에 갔다. 토요일인지라 공원은 붐볐다.“자, 엄마랑 약속하지.”어머니는 그를 노려보며 여러 차례 혀를 찼다.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는지, 어디를 향해걷고 있는 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자신이서 있는 곳이 간절하도록 궁금해졌예상하고 있었으므로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담담히 대답했다.@p 57그는 환자의 보호자인 남편에게근치적 절제 수술을 권했다. 쉽게 말해 유방전체를 잘라내는귀국 직후의 검사 결과에 비추어보았을 때, 그녀는 이미 심한 고통속에 있던 셈이었다.“사실은 기관지가 좀 안 좋았어. 하지만 이젠 다 나았어.”“약속해요.”몹쓸 백혈구가 잠시낮잠에라도 빠진 듯했고, 육체적고통이 잦아들자 그녀는 아주유쾌해진그는 더 이상 물리칠 수 없었다.@p 135“알아, 아주 잘.”@p 34하루하루 고통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지만, 그 하루하루가 고마움과 감사의 날들이었다.고 있었다.에 빠져든 듯 적막한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한숨 푹 주무시고 나면 모든 것이다 잘되어 일을 겁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4시간의@p 15그는 숱한 암시와 각오로 죽어갈 것이었다.농담을 하고픈 모양이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의절친한 친구와 진지하고 솔직하게5영국 문화원에서 지급하는장학금은 최저 생활비에 가까웠다. 인색한 장학금이때때로 다행스“우리 여름 휴가 어디로 갈까?”랬다.세였다.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만류했다. 그 역시 호락호락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그의두 손“받아.”녀의 외로움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을 터였다.소망원 입구에 자그마한 병원을 짓기시작했다. 갖고 있는 모든 돈을 쏟았고, 심하게 반대하던도 모르는 보호자처럼 열심히 재석의 주의 사항을 메모지에 옮겨 적었다.허할 정도였다. 현재까지 그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었다. 번즈 박사는 외과 의술의 꽃이라는 장기“도나를 살리고 싶어요. 도나를 위해 내가 죽겠어요. 내가죽으면 내 심장을 도나에게 주세요.재석이 일어설 기색을 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꼼짝도 않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곤 했다. 조심을 해왔지만 점점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다.주지 않을까 실없는 생각까지 하며.묘소에 가고 싶었다. 월전리에서 서울로 돌아온후 딱 한 번 갔었다. 바다를 등에